소루담

소설 1명이 읽었어요

4화

작업실 블라인드 틈으로 새벽빛이 들어왔다. 지아는 의자에 다리를 올린 채 모니터 세 개를 번갈아 봤다. 컵라면 용기는 말라붙었고, 모니터 하단의 시계는 여섯 시 사십 분을 가리켰다.

태식은 문가에 서 있었다. 오른손 마디가 보라색으로 부어 있었다. 지아는 그 손을 한 번 보고 눈을 돌렸다.

“성규 출소 기록부터 말씀드릴게요. 지난달 십이 일 출소, 보호관찰은 신청 대상이었는데 심사에서 빠졌어요. 사유란이 비어 있어요.”

“비어 있다고.”

“네. 보통은 한 줄이라도 적혀 있거든요. 그리고 이 열람 기록요.”

지아가 화면을 돌렸다. 성규 이름으로 조회된 내역 맨 아래에 어제 오후 일곱 시 오십이 분의 접속 흔적이 있었다. 열람자 식별 칸은 마스킹되어 있었다.

“여덟 시 십 분 직전이에요. 준호 메모의 시각이랑 십팔 분 차이고요.”

“준호가 열었다는 거군.”

“단정은 못 해요. 마스킹을 걸 수 있는 사람이 제한돼 있어서, 그게 오히려 이상해요. 형사 한 명이 걸 수 있는 게 아니에요.”

태식은 말없이 책상 모서리를 짚었다. 준호가 먼저 성규를 찾아갔다. 그리고 이름 앞에 붉은 원을 쳐 놓고, 두 시간 뒤에 태식이 그 골목에 서는 걸 그냥 두었다. 그 생각을 하자 손이 욱신거렸다.

현관문이 열리고 건우가 들어왔다. 점퍼 어깨가 젖어 있었다. 밖에는 밤새 이슬비가 내렸다.

“선생님, 골목 다녀왔습니다.”

“말해.”

“깨진 소주병 조각이 없습니다. 바닥을 쓴 자국이 있고, 물을 뿌린 자국도 있어요. 새벽 두 시 이후에 누가 치웠습니다.”

건우는 주머니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책상에 놓았다. 안에는 담배꽁초 두 개와 구겨진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.

“집하장 뒤 배수구에 걸려 있던 겁니다. 영수증은 어제 저녁 일곱 시 사십 분, 골목 입구 편의점이에요. 그 시각에 성규는 지하철 안이었고요.”

“그럼 산 사람은 따로 있다.”

“담배가 상가 사람들 피우는 거랑 다릅니다. 필터에 금색 띠가 있어요. 그리고 하나 더.”

건우가 휴대전화를 열어 사진을 보여 줬다. 쓰레기 집하장 철문 옆 벽면에 달린 CCTV 하우징이었다. 렌즈 쪽이 검은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.

“어제 아침까지는 멀쩡했다고 편의점 점주가 그럽니다. 오늘 새벽에 와서 보니 저렇게 돼 있었대요.”

지아가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.

“저희가 그 골목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카메라를 막아 놨다는 거네요. 그럼 제가 어제 뽑은 동선 데이터도.”

“찾아봐.”

태식의 말에 지아가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. 한참 뒤 그녀의 어깨가 굳었다.

“지난 이 주치 성규 휴대전화 위치값이 통째로 지워져 있어요. 보름 전부터 밤 열한 시 이동 기록만 빠져 있고요. 제가 어제 밤 열한 시라고 말한 건 CCTV 영상으로 맞춘 거예요. 서버엔 처음부터 없었어요.”

“누가 성규를 보호하고 있었다는 건가.”

“보호든 관리든요. 누군가 성규가 그 길로 다닌다는 걸 알고, 흔적이 남지 않게 정리하고 있었어요.”

태식은 창가로 걸어갔다. 블라인드를 손가락으로 벌리자 빗방울 맺힌 유리 너머로 아직 불이 켜진 가로등이 보였다. 확신이 흔들리지는 않았다. 오히려 반대였다. 누군가 이 일에 이미 손을 대고 있다면 서둘러야 했다.

“준호는 어디 있지.”

“선생님.” 건우가 한 걸음 다가섰다. “지금 준호를 먼저 잡으시려는 거면 반대입니다.”

“내가 언제 잡는다고 했나.”

“얼굴에 쓰여 있습니다.”

건우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. 지아도 의자를 돌려 태식을 봤다.

“저도요. 어젯밤에 이어폰 빼셨잖아요. 저 그 순간 소리 지른 거 기억하세요? 로그 하나 안 열렸다고 말씀드렸는데도요. 지금 그 로그가 아직도 안 열려요.”

“그래서 뭘 하라는 거지.”

“하루만 쉬세요. 판사든 성규든 준호든, 오늘은 기록만 보고요.”

“기록을 보는 사이에 성규 같은 놈이 또 후문 앞을 걷는다.”

태식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끝이 짧게 끊겼다. 건우가 입술을 다물었다. 지아는 마우스를 쥔 손에 힘을 줬다가 천천히 풀었다.

“성규는 병원에 있어요.” 지아가 말했다. “손목 골절이고요. 깁스하고 나오려면 이 주는 걸려요. 그동안은 아무 데도 못 가요.”

“그건.”

“제가 알아본 거예요. 선생님이 나서서 확인하실 일이 아니에요.”

정적이 내려앉았다. 빗소리가 창틀을 두드렸다. 태식은 그제야 자신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. 입안이 말라 있었다. 안주머니에서 붉은 원이 그려진 쪽지를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.

“이 메모, 필체 대조해 봐. 준호 수첩에서 찍어 둔 사진이 있었을 거다.”

“그건 이미 해 놨어요.” 지아가 화면을 바꿨다. “일치율은 높아요. 근데 마지막에 찍힌 ‘여덟 시 십 분’은 달라요. 숫자 필체가 손에 익은 사람이 아니라 일부러 반듯하게 쓴 느낌이에요. 제 생각에 이 메모는.”

그녀는 말을 멈췄다. 모니터에 새 창이 하나 떠올랐다. 지아가 열지 않은 창이었다. 검은 바탕에 흰 글자가 한 줄씩 차올랐다.

‘수신: 강태식. 오늘 밤 열한 시 십 분, 서초동 법원 후문 주차장. 단독.’

그 아래에는 태식이 어젯밤 지아의 차에서 내린 시각과 집 현관에 도착한 시각이 초 단위까지 적혀 있었다.

지아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얼어붙었다. 건우가 그녀 뒤로 돌아와 화면을 봤고, 태식은 문가에서 천천히 걸어와 그 글자를 끝까지 읽었다.

“선생님.” 지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. “이거, 제가 짠 시스템 안에서 떴어요.”

태식은 대답하지 않았다. 화면 구석에서 커서가 깜빡였다. 마치 누군가 이쪽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처럼.

AI와 함께 쓴 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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